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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To Kill a Mockingbird

cecilejiwoo 2020. 10. 19. 03:36

“People in their right minds never take pride in their talents.” To Kill a Mockingbird, Harper Lee 

“올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절대 자신의 재능에 대해 뿌듯해하지 않아.” 앵무새 죽이기 

'국민소설'이다.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다닌 미국 학생이라면 아마 한번쯤은 읽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중학교에 다닐때만 해도 영어를 싫어하던 나는 이 책을 고등학교 3학년이 되도록 펼쳐보지 않았었다. 고3 여름방학때 시간을 쪼개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단순하다. ‘안 읽으면 쪽팔리는 책 다 읽기’라는 목표를 정했기 때문이다. 

한 번 영문학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누가 나에게 와서 “이 책 읽어봤어?”라고 물을 때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영어 책이라는 걸 고등학교에 들어와 읽기 시작한 사람이 도대체 뭘 알겠는가. 그래서 나는 대학교에 올라가기 전까지, 즉 2021년 여름까지 안 읽어봤다고 하면 부끄러울 만한 영어책을 모두 읽기로 결심했다. 그 시작이 The Crying of Lot 49이었고, 번째 주자가 앵무새 죽이기, 번째가 제인 에어이다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죄다. 애티커스 핀치는 그렇게 말한다. 앵무새는 인간들에게 아무런 해도 가하지 않고, 인간을 위해 노래하기 때문이다. 죄가 없는 생명을 죽이는 것은 죄다. 애티커스의 말은 곧 그가 변호하는 죄 없는 흑인 톰 로빈슨에 대한 이야기로 바뀐다. 죄 없는 톰 로빈슨을 단지 그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죽음으로 몰아넣는 마을 사람들은 죄인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우리가 책을 읽으며 마을 사람들이 아닌 애티커스를 이해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스스로의 행동 때문이다. 애티커스는 언제나 일관된 믿음을 가지고 행동한다. 자신의 신념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는 한, 언제나 이에 따라 움직인다. 그 중 하나가 위에 적은, 모디 씨(Miss Maudie)가 말한 '재능에 대한 자존심'이다.

이 문장은 애티커스가 아이들 앞에서 처음으로 총을 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등장한다. 마을에 나타난 광견을 죽이기 위해 총을 든 애티커스를 보며 걱정하는 아이들에게, 모디는 애티커스가 젊었을 때에는 마을 최고의 명사수였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은 한 번도 아버지가 총을 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놀란다. 그때 모디가 아이들에게 말한다. 총을 잘 쏘는 것은 애티커스의 재능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노력 없이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해하고, 이를 옳은 목적을 위해 사용할 줄 알고, 자랑하지 않는 것. 그것이 애티커스가 매일매일의 삶을 통해 가르치는 것이다. 백인으로 태어났기에 주어지는 권리에 대해 감사와 부끄러움을 느끼고, 이를 같은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흑인 이웃의 권리를 찾기 위해 사용하고, 자신이 뿌리 깊은 집안의 사람이라는 사실 따위에 대해 자존심을 세우지 않는 것. 

여름방학 내내 독서실에서 공부를 한다는 이름으로 저 책을 읽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 몰래 눈물을 닦은 적이 세 번 있었다. 잼이 망가뜨린 뒤보스 부인(Mrs. Dubose)의 흰 동백꽃 이야기, 콜라를 마시는 레이먼드 (Dolphus Raymond) 이야기, 그리고 부 (Boo Radley) 이야기. 세 이야기 모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하지만 먹먹하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애티커스가 개를 죽이는 이야기는 이 세 이야기에 비하면 전혀 감동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이 소설을 소개해보라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저 문장을 말해줄 것이다. 

결국 저 문장 하나는 이 소설 전체를 나타내며, 결국 애티커스의 모든 행동은 이 소설 전체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